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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어른들의 인형놀이일까?

겜꾸덕 2025. 5. 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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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이에 아직도 게임을 해?” 언제부턴가 나도 이런 말을 들으면 예전만큼 발끈하지 않게 되었다.

예전엔 게임을 ‘정당화’하고 싶었다. 논리적으로 증명하고 싶었다. 창의성을 키워준다, 반응속도를 높여준다, 영어를 배울 수 있다… 그런 수많은 이유들을 떠올리며 게임은 절대 ‘시간 낭비’가 아니라고 설명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문득 이렇게 생각한다. 어쩌면 게임은, 그냥… 어른이 된 우리가, 여전히 ‘감정을 다루고 싶은 존재’라는 증거 아닐까 하고.


어릴 땐 인형, 어른이 되면 캐릭터

어릴 적 우리는 인형을 가지고 놀았다. 사람 모양의 인형, 동물 인형, 액션 피규어. 그 인형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역할을 정하고, 심지어 하루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놀았다.

그땐 아무도 그걸 비웃지 않았다. 왜냐면 그것이 ‘성장하는 과정’으로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른이 된 우리는, 이제 현실에서 연기하지 않는다. 직장에서의 역할, 관계에서의 태도, 모든 것이 너무 무겁고 규칙적이다.

그래서일까. 어쩌면 우리는 게임 속 캐릭터를 통해 다시 한 번 ‘감정을 연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감정 없는 일상에서, 감정이 있는 세계로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온 저녁. 말은 섞었지만 대화를 나눈 건 아니었던 사람들과의 만남. 줄줄이 쌓인 할 일과, 식어가는 의욕. 그런 날 밤, 게임을 켜면 이상하게도 마음의 감각이 되살아나는 순간이 있다.

“우리는 함께 싸웠어.” “넌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이번엔 내가 널 지킬게.”

게임 속 캐릭터들은 현실보다 훨씬 더 ‘감정의 언어’를 정확하게 말해준다. 때론 촌스럽고, 때론 과장되지만 적어도, 감정을 회피하지는 않는다.

그 대사 한 줄이, 현실에서 마주하지 못했던 감정을 조금씩 꺼내주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우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아이들은 인형놀이를 하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정리를 한다. 그리고 밥을 먹고, 숙제를 하고, 잠을 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게임 속에서 감정을 분출하고, 정리하고, 때론 울고, 웃고, 위로받고 나면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 차이는 존재한다. 그 게임을 하기 전의 나와, 하고 난 나 사이엔 분명 뭔가 정리되고, 덜 복잡해진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난 오늘도, 그걸 위해 게임을 켠다.



#게임과일상사이 #감정정리 #어른들의인형놀이 #게이머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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